35세가 되던 봄, 그는 자신이 이미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버린 것을 확인했다. 아니, 그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35세의 봄을 계기로 그는 인생의 반환점을 돌기로 결심했다고 하는 것이 적합하리라.
물론 자신의 인생이 몇 년간이나 계속 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만약 78세까지 산다고 한다면 그의 인생의 반환점은 39세가 되는 셈이고 39세가 되려면 아직 4년의 여유가 있다. 게다가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과 그 자신의 건강 상태를 함께 생각한다면 78년의 수명은 그다지 낙천적인 가설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35세의 생일을 자기 인생의 반환점으로 정하는 것에 대해 조금의 망설임도 가지지 않았다.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면 죽음을 조금씩 멀리 물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을 계속하다 보면 그는 아마 명확한 인생의 반환점을 놓쳐 버릴 것임에 틀림없다.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수명이 78에서 80으로 되고, 80에서 82로 되고, 82에서 84로 된다. 그런 식으로 인생은 조금씩 조금씩 연기되어 간다. 그리고 어느 날 사람은 자신이 벌써 50세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50이라는 나이는 반환점으로는 너무 늦다. 100세까지 산 인간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된단 말인가?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의 반환점을 잃어가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스무 살을 넘었을 때부터, 그는 계속 그 '반환'이라는 사고방식이 자신의 인생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인 것처럼 느껴왔다.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서 있는 장소의 위치를 우선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사고방식의 기본이었다.
혹은 그런 사고방식에는 그가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십년 가까이를 톱클래스의 수영 선수로서 보냈다는 사실도 적지 않게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수영이라는 스포츠에는 확실히 단락이 필요했다. 손가락이 풀의 벽에 닿는다. 그것과 동시에 그는 돌고래같이 수중에서 몸을 놀려 순간적으로 몸의 방향을 바꾸고 발바닥으로 힘껏 벽을 친다. 그리고 후반 200미터로 돌입한다. 그것이 턴이다. 만약 수영 경기에 턴이 없고 거리 표시도 없다면, 400미터를 끝까지 전력으로 헤엄치는 작업은 어떻게 할 길이 없는 암흑의 지옥임에 틀림없다. 턴이 있어야만 그는 400미터를 두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적어도 반이 끝났다'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또 반……. 이라는 식으로 긴 거리는 점점 세분화되어 간다. 거리의 세분화에 맞추어 의지도 또 세분화된다. 즉 '아무튼 이다음 5미터를 헤엄쳐 버리자.' 라는 식이다. 5미터를 헤엄치면 400미터의 거리는 80분의 1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그는 물속에서 때로는 구토하고 살을 경련시키면서도 마지막 50미터를 전력으로 헤엄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다른 선수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품고 풀을 왕복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는 그 분할 방식이 가장 성미에 맞았고, 또 가장 진지한 사고방식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사물이 아무리 거대하게 보이고 그것에 마주서는 자신의 의지가 아무리 미소하게 보여도, 그것을 '5미터만큼'씩 정리해 나가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는 50미터 풀 속에서 배웠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형식을 가진 인식이다.
그래서 35회째의 생일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그는 그것을 자신의 인생의 반환점으로 삼는 것에 전혀 망설임을 느끼지 않았다. 겁낼 것은 무엇 하나 없다. 70년의 반인 35년,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만약에 70년을 넘게 살 수 있다면 그건 그대로 고맙게 살면 된다. 그러나 공식으로는 그의 인생은 70년인 것이다. 70년을 풀 스피드로 헤엄친다―그렇게 정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나는 인생을 그럭저럭 잘 헤쳐 나갈 수 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것으로 반이 끝난 것이다. 라고 그는 생각한다.
- 풀사이드 by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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