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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 상대방과 그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게 되면, 나는 새삼스럽게 말이라는 것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머리가 번잡스러워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위해 낭비되는 팽대한 말들이 내게는 너무도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때문이다. 내 가슴속에 감춰진 이 체념은, 이해시키고자 하는 정(情)을 쾌불쾌(快不快)의 정에 간단히 연결 시키고 만다. 일상적인 단 한줌의 쾌(快)를 위해 많은 말을 사용하는 것을, 나는 치졸하게 여기는 것이다. 더불어 세상 사람들의 무지가,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나의 희망을 근원부터 끊고 만다.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교만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심정 탓이었다. 그러나 감히 반박하자면, 이러한 교만은 별스럽게 단지 나라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일 리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보다도 훨씬 학식이 뛰어난 이에게는, 나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또한 내 경우와 똑같이 허무한 것이리라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일식日蝕’ 중에서, 平野啓一郞 Hirano Keiichiro
히라노 게이치로의 글은 어렵다. 위에 예로 든 일식도 그렇고 장송도 그렇고...
하지만 그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다시 한 번 자신의 책 일기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히라노 게이치로의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독서법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었던 그런 책입니다.
주위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만의 독서를 하길 바라며...
| 히라노 게이치로 平野啓一郞 소설가. 1975년 아이치현 출생. 키타큐슈시에서 자람. 교토대학 재학 중 데뷔작『일식』으로 아쿠타가와상 수상. 그 외 대표작『달』『장송』『문명의 우울』『센티멘털』『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당신이 없었다, 당신』『책을 읽는 방법』『소설 읽는 방법』『DAWN』『형체뿐인 사랑』등. 최신작『공백을 채우십시오』고단샤 잡지 <모닝>에 연재 중. 트위터: @hiranok(일본어), @hiranokkorea(한국어) facebook / twitter |
최근 사진인가.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인상이 더 순해진 것 같다.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책소개는 많아도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외로 무신경하다.
단순히 글을 읽는 행위와 책이라는 형식으로 정리된 글을 읽는 행위는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누군가에게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만의 방법을 밀고 나간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 독서가 영 서툴고 고통스럽게 여겨지는 사람은 독서법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 책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독서법 자체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법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독서를 즐기는 비결은 무엇보다 '속독 컴플렉스'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책을 빨리 읽다보면 자연히 빨리 읽을 수 있는 얄팍한 내용의 책으로 손이 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천천히 읽으라는 것은 아니다.
여느 일과 마찬가지로 독서에도 비결이 있다.
이 책은 그 비결에 대해 쓴 책이다.
슬로 리딩이란 차이를 낳는 독서기술이다.
양의 차이가 아닌 질의 차이를 낳는 그런 기술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제1부 양에서 질로의 전환 - 슬로 리딩 기초편
제2부 매력적인 '오독'의 권장 - 슬로 리딩 테크닉편
제3부 동서고금의 텍스트를 읽다 - 슬로 리딩 실천편
슬로 리딩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부터 시작해서
실제 텍스트를 가지고 읽어내는 연습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3부 실천편은 이 책을 정수로서 아!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먼저 작자가 준비해둔 장치나 고민을 잘 찾아내느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쓰는 사람은 누구나 읽는 이들이 자신의 책을 슬로 리딩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쓰는 것이다.
- 정보가 항상적 과잉공급사회에서 진정한 독서를 즐기기 위해서는, '양'의 독서에서 '질'의 독서로, '망라형 독서'에서 '선택적 독서'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 슬로 리딩은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술이다.
- 독서는 책을 다 읽었을 때 시작된다. 바꾸어 말하면 독서는 의사소통을 위한 준비이다. 슬로 리딩을 통해 나라면 어떻게 느끼고 행동할지를 천천히 시간을 들여 생각해두면, 예상치 못한 사태에도 당황하지 않고 평소 생각했더너 바를 그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책은 히라노의 소설 센티멘털...
오늘 이 글을 적다가 검색해보니 새로운 책들도 여러권 나왔네.
읽어보고 정리해봐야겠다.
[참고] 반(反)속독이라는 지독(遲讀)은 야마무라 오사무(山村修)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천천히 읽기를 권함 遅読のすす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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