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첫째, 해를 끼치지 말지어다.


개입하지 않으면 의원성 질환도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해의 근원은 안티프래질을 부정하는 데 있으며, 인간이 무엇인가를 움직일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있다. 

의학을 벗어난 영역에서 의원성 질환과 같은 현상을 인식하도록 설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의학을 벗어난 영역의 담론에서 의원성 질환의 개념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블루라는 단어처럼,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가 등장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현상을 인식하도록 도움을 준다. 

우리가 어설프게 개입하면, 그냥 살짝 개입만 하더라도 의원성 질환을 일으킬 것이다. 


의원성 질환의 반대


도움을 주려다 오히려 피해를 주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는 있지만, 반대 상황 즉 피해를 주려다 도움을 주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는 없다. 안티프래질한 대상을 공격하면, 기대에 반하는 결과를 얻는다. 예를 들어 해커들은 시스템을 더 강하게 만들고, 아인 랜드의 사레처럼 극단적인 비난은 책을 유명하게 만든다. 


특히 많은 피해를 주는 의원성 질환


특히 많은 피해를 보는 영역이 두 군데 있는데, 하나는 사회, 경제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제멜바이스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자신의 몸이다. 우리는 성장과 발전은 고사하고 자연 치유 능력을 경시하면서 얼마 안 되는 역량을 가지고 이 두 영역에서 지나치게 많이 개입해왔다.


  • 다양한 개입과 그 효과 p.181


고래가 독수리처럼 날 수 있을까


사실 이론은 매우 프래질하다. 무수한 이론들이 나타났다 사라져버리길 반복한다. 그러나 현상학은 계속 남아있다. 사람들이 현상학은 강건하고 유용하지만 이론은 물리학을 제외하고는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언론이 일으키는 신경과민


언론이 사건과 리스크를 이해하는 수준은 너무나 사후적이라서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보안검사를 하는 것과 같다. 영역 의존성 때문에, 우리는 현실과 동떨어져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훨씬 더 프래질한 세상에서 살면서, 이런 세계를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정보의 공급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제한하는 것이 개입을 완화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이런 방법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수록 상황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의원성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가 사람들은 여전히 과학은 더 많은 데이터를 의미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촉매를 원인으로 잘못 생각하다


강요된 시스템이 자연적인 무질서를 몹시 갈망하다가 결국 프래질해질 수 밖에 없어서 붕괴되었을 때, 그 실패의 원인을 시스템의 프래질로 간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런 실패를 잘못된 예측의 결과로 생각한다. 모래성이 무너질 때와 마찬가지로, 프래질한 교량의 붕괴를 마지막으로 건넌 트럭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그리고 어떤 트럭이 교량을 붕괴시킬 것인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훨씬 더 멍청한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경우를 너무나 자주 본다. 

많은 사람들이 서브프라임 붕괴를 예측했으면 이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언하건대 서브프라임 붕괴는 금융위기의 증상이지, 바탕에 깔려있는 원인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를 예측한다고 해서 금융위기를 막지는 못한다. 마찬가지로 오바마 대통령이 꾸짖었던 정보 실패도 복잡계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정책 실패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강대국들도 평범한 칠면조에 불과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은 국지적인 인과 연쇄 casual chain 에 대한 환상을 설명해준다. 즉 촉매를 원인으로 잘못 생각하고, 어떤 촉매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를 알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시스템과 그 시스템의 프래질한 측면이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다.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침투 이론 percolation theory' 에서는 지형의 무작위성이 갖는 특징이 연구대상이지, 지형의 한 가지 요소가 갖는 특징이 연구대상은 아니다. 

정치와 경제 현상에서 꼬리에 해당하는 사건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확률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예측을 위해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한다 해도, 혁명을 예측하는 것은 카드의 수를 세는 것과는 다르다. 인간은 결코 정치와 경제 현상을 블랙 잭처럼 다루기 쉬운 무작위성을 지닌 현상으로 바꿀 수 없다. 


안티프래질
국내도서
저자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 / 안세민역
출판 : 와이즈베리 201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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