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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는 어떻게 쓰여졌는가? (2)
Q. 집필중엔 어떤 음악을 들으십니까? 식사는요?
A. 아침은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네요. 작은 소리로 바로크 음악을 틀어 놓고 말이지요. 대개는 실내악이나 기악. 하지만 글렌 굴드는 안 돼요. 그것이 들려 오면 그만 그 소리에 빠져 버리거든요. 일을 하면서 듣기에는 좀더 온화하고 중립적인 소리가 좋은 거에요. 뭐, 이번엔 prince나 radiohead 도 제법 들었지만요(웃음). 식사는 적당히 샌드위치 같은 것을 먹어요. 부엌에 가서 혼자 만들어 먹지요. 일을 하는 중에는 아무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Q. 써 나가기가 힘들 경우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가시는지요?
A. 쓰기가 어려운 부분이란 건 물론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을 쓰지 않고 척척 써가는 거에요. 너무 자세한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않고요. 그런 것은 나중에 시간을 들여 고쳐 쓰면 되니까. 그것보다는 이야기의 진행 속도에 늦지 않게, 필사적으로 그것에 매달려 간다. 그게 더 중요해요.
Q. 표지에 그려져 있는 두 가지 오브제에 대해 가르쳐 주세요.
A. 표지에 그려져 있는 고양이 인형과 뱀을 그린 돌. 그것은 둘 다 제 것이에요. 언제나 책상 위에 놓아 있지요. 고양이는 어디서 샀던가? 생각이 나지 않네요. 뱀은 시드니 올림픽을 취재하러 갔을 때 토산물 가게서 샀어요. 둘 다 소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듯싶어서 표지에서 쓰기로 했어요.
제 책상 위에는 제법 여러가지 물건이 놓여 있어요. 대개는 동물과 관련된 것이에요. 그리고 개구리나 벌이나 쥐, 그런 것도 있어요. 일을 잠깐 쉴 때 그런 것들을 보곤 하는데, 그들이 다 함께 저를 격려해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도 조금은 있겠네요. 동물이란 건 좋더군요.
Q.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서, 취재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시코쿠(四國)에는 실제로 갔어요. 저는 원래 소설의 취재라는 걸 별로 안하는 편인데, 사실적으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곤란하니까 일단 가서 알아 봤지요. 실제로 혼자 야행 고속버스로 가서, 렌타카에서 마츠다 파미리아를 빌려서 그 주편을 돌아 봤어요. 그다지 길지는 않았고요. 2박 3일 정도지요.
그런데, 쓰기 전에 예비 조사를 하러 갔다는 것이 아니라, 다 쓰고 난 다음에 확인하러 간 거에요. 쓸 때는 오로지 상상력을 구사해서 써요. 타카마츠(高松)에는 전에 몇 번인가 가 본 적이 있었는데 기억하는 건 별로 없었으니까, 자기 머리 속에서 소설을 위한 장소를 제멋대로 만들어 가는 거에요. 그러고 나서, 그런 장소가 실제로 있는지를 확인하러 가요.
<태엽감는 새>를 쓸 때도 그랬군요. 거기엔 노몬한이 나오는데, 실제로 노몬한에 간 것은 책을 다 쓴 후였어요. 처음부터 조사를 하러 가면, 저의 경우는 말이지만, 상상력이 잘 작용되지 않는 게 있어요. 그러니까 시코쿠를 무대로 삼아서 쓰고는 있어도, 결국 그것은 그 어디도 아닌 곳인 거에요, 저의 경우. 어느때도 아닌 시간 속의, 어디도 아닌 곳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장소가 꼭 타카마츠 시의 어딘가에 있을 거야"하고 생각해서 쓰고 있으면, 꼭 그런 곳이 존재하는 법이에요. "아, 역시 있었구나" 하는 식으로. 그런 게 되게 기쁘지요. 모래사장에 앉아서 "그렇구나, 이런 곳이었구나" 하면서 이상하게 릴렉스하기도 하고요. 노몬한의 경우엔 "야! 바로 내가 쓴 대로의 곳이잖아" 같은 기시감(旣視感)까지 있었지만(웃음).
<양을 쫓는 모험>만은 미리 현지답사(location hunting) 같은 것을 했어요. 그러지 않으면 양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으니까(웃음). 실제로 가 봐서 양에 관한 일에는 이상하게 자세히 아는 사람이 됐어요. 그것이 지금까지 유일한 취재 조사지요.
왜 무대가 타카마츠냐는 질문을 받으면 곤란해요. 근거가 전혀 없으니까요. 하지만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소년의 행선지는 시코쿠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꽤 확실히 있었어요. 서쪽으로 향한다는 이미지가 있었고, 그것은 칸사이(關西)도 아니고 큐슈(九州)도 아니고 히로시마(廣島)도 아니다. 그렇다면 역시 시코쿠가 되겠지요. 타카마츠라는 도시를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뭔가 누긋하고, 우동도 맛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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